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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을 잘 못 잔다. 한 시간 또는 두 시간만에 깬다. 악몽이랄 것까진 없지만 꿈에서 화들짝 놀라며 깬다. 오른쪽 어깨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또 통증이 온다. 얼굴을 찡그리며 서재 책상에 앉는다.


이를 테면 이런 꿈이다. 한 남자가 나를 놀리고 모욕한다. 참으려했으나 모욕은 반복된다. 그에게 다가가 항의한다. 그는 내 오른쪽 어깨를 타깃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아~악! 난 오른쪽 어깨를 뒤로 빼며 비명을 지른다. 통증을 느끼며 눈을 뜬다. 또 꿈이다.


24일 새벽부터 오늘(27일 추석)까지 이를 반복하고 있다. 전날인 23일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도서출판 해딴에) 저자 박영주 형의 북콘서트 행사를 잘 마치고 귀가하던 길.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쇄골의 위치. 내가 다친 곳은 오른쪽이다.


밤새 통증에 시달린 후 24일 낮 삼성마산병원 응급실에 갔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쇄골 골절이란다. 8자밴드(8자붕대)를 6주간 하고 있어야 한다. 팔꿈치 아래를 움직이는 건 가능하나 어깨를 써서 팔을 올리진 못한다. 당분간 밥도 왼손으로 먹어야 한다. 머리감기도 어렵다.


그래도 통증의 원인을 알고 나니 좀 낫다. 우선 막연한 불안이 가셨다. 통증도, 불편함도 참을만 하다. 그러나 밤잠을 제대로 못 자는 건 스트레스다. 지난 번 임플란트 시술을 한 뒤에도 꿈자리가 흉흉하더니, 육신의 고통이 트라우마가 되어 꿈으로 나타나는 건가 싶기도 하다.


24일 병원에 다녀온 이후 페이스북에 이런 상황을 올리며 이렇게 적었다. "어쩌랴. 이 모든 게 부주의한 내 탓인 걸. 이제 좀 자중자애하라는 하늘의 뜻이겠지. 그나저나 의사는 수술을 권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수많은 분들이 격려와 조언을 주었다. 의사 말을 따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25일 다시 병원을 찾았다. 나는 가급적 수술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의사는 "수술을 하는 게 좋긴 하지만, 평소 어깨를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이 아니라면 굳이 안 해도 괜찮다. 어차피 추석 연휴가 끼여 당장 수술이 어려운만큼 일주일 후 경과를 지켜본 후 결정하자"고 말했다. 만일 수술을 하게 된다면 일주일 정도 입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26~27일 골절 나흘째를 보냈다. 통증과 불편함에 익숙해져간다. 어떤 자세를 취하면 아프고, 자세를 어떻게 바꾸면 아프지 않은지 대충 알겠다. 그러다가도 어떤 움직임에 예기치 않은 통증이 밀려와 확 놀라기도 한다. 아직은 왼손에 의지해 숟가락이나 포크로 음식을 먹지만, 잘 연구해보면 오른손을 이용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팔꿈치를 상에 얹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부축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은데, 조심스레 시도해볼 예정이다.


26일 저녁과 27일 저녁엔 밖에 나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박영주 형과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이다. 술도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


27일은 추석 당일이었는데, 고향 성묘는 포기했다. 대신 아들 태윤이가 갔다. 이날 밤에도 꿈을 꾸긴 했지만, 그때문에 잠을 깰 정도는 아니었다. 무슨 팸투어 같은 여행을 갔는데, 여러 황당한 장면이 나오긴 했지만 악몽까진 아니었기 때문이다. 새벽 5시쯤 한 번 깨긴 했지만 꿈 때문은 아니었다. 덕분에 모처럼 긴 잠을 잤다.


그간 신영복 선생의 <담론>(돌베개, 427쪽)을 읽었고, 지금은 리영희 선생의 <대화>(한길사, 747쪽)를 보던 중 김진향 등이 쓴 <개성공단 사람들>(내일을여는책, 279쪽)을 읽고 있다. 이참에 책이나 실컷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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