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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선생이 백병원에 있을 때) 종종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변혁이 올 거다. 반드시 와. 지금 사회 돌아가는 꼴에 이토록 한탄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으니 꼭 올 거야. 그것이 역사의 변증법이라는 것이야. 이렇게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을 때 늘 역사적으로 혁명이 일어났지. 물론 몇몇은 파출소도 가고 감옥도 가야 하겠지만 말이야."


선생님을 전담해서 돌보던 30년 경력의 노련한 간병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회 권사님이었다. 어느 날 우리 셋이 하릴없이 앉아 있을 때 권사님이 말했다.


"선생님은 아주 유명하시고 훌륭하신 교수님이라면서요. 선생님이 예수님을 믿으시고 병 고쳐달라고 기도하면 예수님께서 선생님을 고쳐주실 텐데요."


큰일 낫다 큰일 났다! 조마조마하면서도 나는 흥미진진,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과연 그러면 그렇지, 선생님의 이마에 빠직! 하고 굵은 힘줄이 돋았다.


"나에게 전도하려고 하지 말아요! 나는 특정한 종교가 인간을 구원한다고 믿지 않는 사람이오. 게다가 내 병을 낫게 해달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청탁을 신에게 하고 싶지도 않소."



"그래도 하나님의 권능으로 병 고친 사람, 3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제가 많이 봤어요."


"예수교는 예수교대로의 구원이 있고 불교는 불교대로의 구원이 있고 각 사람마다 자기 구원이 있는 거요. 나는 불교 신자도 아니고 어떤 특정 종교의 신자도 아니나 스스로 그리스도의 제자라고 생각하고, 때로는 금강경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곤 합니다."


그러더니 선생님은 반야심경을 한참 외셨다. (...)


"넌 내가 찬미가는 하나도 모를 줄 알지? 이북에 찬송이 먼저 들어왔다는 거 아니?" 갑자기 선생님은 찬송가를 몇 곡 부르셨는데, 그 목소리가 맑고도 우렁차고 아름다워서 나와 권사님은 둘 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월였다.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 되시니, 큰 환난에서 우리를 구하여 내시리로다."


내가 장난스럽게 '사상의 오빠'라고 불렀던 선생님. 그 찬송의 2절은 다음과 같다. "내 힘만 의지할 때는 패할 수밖에 없도다. 힘 있는 장수 나와서 날 대신하여 싸우네." 의식화의 원흉이라 불렸던 사상의 오빠는 과연 오랜 시간 우리를 대신해 싸웠던 장수였다. 이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재물과 명예와 생명을 다 빼앗긴대도, 진리는 살아서 그 나라 영원하리라."


-김현진 산문집 <육체탐구생활>, 322~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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