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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살면서 좀 신기했던 건, 저렇게 성적으로 유혹하는 상대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을 때 화내는 남자가 엄청 많더라구요. 여자들도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 하면서 화내는 사람이 있겠지만, 여자는 살짝 꼬셔봤는데 저쪽에서 영 시들하면, 아뿔싸 내가 별로 매력이 없구나 저 사람에게....... 살을 뺄까? 내가 너무 못생겼나? 엄청나게 창피스러운 마음과 함께 뭐 생각이 이렇게 가거든요. 주로 자책, 자학, 자기반성으로.


그런데 남자들은 야, 같이 자자, 그랬는데 싫다고 하면 화를 내는 경우가 엄청 많아요. 아 나랑 자기 싫다고? 그럼 실례했어 미안, 하는 식으로 매끄럽게 물러나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끈질기게 하자고 설득하다가 그래도 안 한다고 하면 결국 화를 막 내요. 도대체 왜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마 속아서 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아직까지 남자가 돈을 내야 된다고 생각하는 여자도 많고, 여초 사이트에서는 그 남자가 나를 좋아하는지 알려면 그가 돈 쓰는 걸 봐라, 마음 가는 데 돈 가게 되어 있다, 이런 말을 현명한 충고라고 서로 주고받으니까요.



.....


어쨌거나 같이 안 잔다고 화내는 사람들은 혹시나 데이트 비용 같은 거 부담하는 걸 일종의 화대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공짜 점심은 없다는 생각이랑 남에게 빚진 기분도 싫고 해서 저는 데이트 비용도 반반씩 하거나 차라리 제가 더 내거나 하거든요. 근데 돈을 내가 내도 안 한다고 했을 때 화내는 건 똑같아요!


그래요. 아마도 제가 거지같은 애들만 만난 거겠죠. 근데 제 친구들도 그렇게 뭔가 당연히 줘야 할 걸 안 주는 것처럼 항의를 받은 애들이 꽤나 많아요.


-김현진 산문집 <육체탐구생활>, 113~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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