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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최 교수님, 생고기 너무 잘먹었습니다

기록하는 사람 2008. 5. 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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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맛집 관련 포스팅을 자주 하니까 "저 놈은 돈 벌어서 다 먹어치우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좀 그렇습니다. 다 먹어치우진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거 사먹는 데는 크게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목적이지 않습니까? 이게 제 삶의 원칙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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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에는 제 돈을 들이지 않고 정말 맛있는
쇠고기를 먹었습니다.

지난 5월 17일
광주에서 '지공사(지역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 첫 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을 마친 후 전남대 최정기 교수께서 맛있는 집을 안내하셨는데, 광주에서 쇠고기 구이와 생고기로 유명한 '유명회관'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약 5년 전
광주에서 소생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어느 식당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 제가 사는 경상도에서 그런 식의 생고기를 해주는 식당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얼린 쇠고기와 배를 채 썰듯 썰어서 참기름계란 노른자에 비벼주는 육회는 있어도 광주식 생고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광주에 가면 꼭 다시 생고기를 먹어보리라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도 광주에 갔지만 일행들과 함께 움직이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쳤는데, 이번에 다시 먹게 된 것입니다.

모두 7명이었는데, 생고기 2인분과 안창살(
구이) 7인분을 시켰습니다. 이 집에서 1인분은 무조건 200g이라고 합니다.

생고기와 함께 각종 서비스 메뉴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횟간과 처녑(또는 천엽)이 먼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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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는 횟간이고, 아래는 처녑입니다. 육회도 나왔는데, 경상도와 많이 다릅니다. 이것 역시 광주식 육회가 더 고소하게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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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그리 비싸지도, 싸지도 않습니다. 한우만 취급한다고 써놨습니다. 설마 생고기를 파는 집에서 수입산을 속여팔기야 하겠습니까. 그렇게 믿고 먹었습니다.

하지만 30개월령 이상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 수입되기 시작하면 이 집도 적잖은 타격을 받겠죠. 워낙 못믿을 세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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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생고기입니다.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소 엉덩이살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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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이서 찍어본 생고기 모습입니다. 된장과 참기름, 마늘 으깬 것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먹거나 그냥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먹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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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국입니다. 선지와 무, 콩나물을 넣어 만든 국인데, 시원하고도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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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주인아저씨(요리사인가?)가 도마와 고기를 갖고 오시더니 고기를 썰기 시작합니다. 안창살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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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고기를 썰어줍니다. 신뢰를 위해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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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좋아보이시나요? 제 눈에는 아주 좋은 고기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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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기 시작합니다. 이 고기는 너무 바싹 굽지 말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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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짝 익은 상태에서 먹어야 맛있답니다. 너무 익어버리면 고기가 딱딱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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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때쯤 새로운 메뉴가 나왔습니다. 대구에 사는 노용석 박사가 뭔가를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옆의 최정기 교수는 흐뭇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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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석 박사가 놀란 건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구워 먹어야 되느냐"고 물으니, "이 집에서 상추 위에 얹혀 나오는 것은 모두 생으로 먹는다"더군요. 이건 차돌배기살입니다. 저도 이걸 생으로 먹는 건 처음 봤습니다. 너무 쫄깃하고 맛있더군요. 이 맛 역시 못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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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날 우리 일행들 모습입니다. 종업원께 부탁해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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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배기 가까이서 다시 한번 찍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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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서비스인데요. 오징어입니다. 고기 다 먹은 후에 구워먹으라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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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하젓과 열무김치입니다. 토하젓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이거 하나만 갖고 밥 한그릇 비워도 좋을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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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하고도 시원한 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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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밥입니다. 된장과 궁합이 딱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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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반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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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날 모든 비용을 최정기 교수께서 부담했다는 겁니다. 다음 모임을 마산으로 잡아놓은 터여서 제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마산서 모일 땐 제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선례를 처음부터 바로 남기기 위해 각자 갹출합시다."

그랬더니 최 교수가 극구 자신이 부담하겠다네요. 참 큰 일입니다. 어쨌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가장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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