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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자리-구영회

기록하는 사람 2023. 7. 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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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박성제 전 MBC 사장의 글을 보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저자인 구영회는 박성제 사장의 MBC 선배다. 33년 직장생활에서 은퇴한 환갑 무렵 가족은 서울에 둔 채 고향인 지리산 자락으로 혼자 귀향해 살고 있다. 그동안 7권의 산문집을 냈는데, 이 책이 그의 최근작이다.
 
https://www.facebook.com/psjmbc/posts/pfbid02iTfFDNq6WJ7JnzZeK9VuVUaYJ4uCeFi8xopTv9n4GAJG1qZBo4wM86MEpgvxNTkrl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자리

 
<발췌>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먼저 내놓아야 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고 푸근하게 누그러뜨리는 행위는 오히려 나 자신을 넉넉하게 채우는 풍요로운 선물이 된다는 것을 나는 한참의 세월 끝에 알게 되었다.
옛 가르침은 항상 유익하다. 자리이타(自利利他)! 남을 이롭게 하는 동시에 나 자신도 이로워진다는 뜻이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태양이 오페라하우스에 반사되기 전에는 태양은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몰랐다."
상대방을 빛나게 하면 나도 저절로 빛난다. (51쪽)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자리
지리산을 품은 언론인 출신 수필가 구영회 씨가 일곱 번째 에세이《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자리》를 펴냈다. 코로나 팬데믹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햇살이 보이는 지금, 그동안 위축되고 잃어버렸던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되찾아 다시 별일 없이 순조로운 인생길을 걷는 지혜를 전한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리, 즉 근심 걱정 사라지고 삶이 최적화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이 책은 그것이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평화로운 마음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상태에 이르려면 자기 성찰과 사색을 통해 내면을 안정시키고, 나눔과 공감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어야 함을 일깨워 준다. 작가는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진 지리산으로 독자들을 초대하여 인생 멘토처럼 푸근한 말투로 각자 자신의 아름다운 자리를 찾아 내면의 평화를 이루도록 이끌어 준다. 12년의 산중생활을 통해 한층 깊어진 사색과 아름다운 지리산 풍경 사진이 어우러진 이 책은 험난한 인생길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구영회
출판
나남출판
출판일
2023.05.20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이자 패션 디자이너로 인도의 억만장자였던 크리시다 로드리게스는,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에 세상 사람들에게 애절한 유언을 남겼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를 갖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병원 휠체어에 앉아 있다.
나에게는 값비싼 옷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지금 환자복을 입고 있다.
내 집은 왕궁처럼 엄청나게 크다. 그러나 나는 지금 병원 침대에 의지하고 있을 뿐이다.
나게겐 보석으로 만든 화려한 머리 장식품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 장식품을 꽂을 머리카락이 없다.
내 집 냉장고에는 비싸고 몸에 좋은 식품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지금 내 옆에는 약 먹을 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나는 아주 많은 돈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 내 병은 돈으로도 고칠 수 없다.
내가 여러분에게 오직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살아갈 때 다른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기원을 하며 남을 돕는 것, 이것만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다."(63쪽)

인생을 살면서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냈든 삶의 끝자락이 향하는 지점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마침표'다. 인생길은 이 마침표 하나를 찍기 위해 잠시 펼쳐졌다가 거두어질 뿐이다.
끝자락에 접어든 인생들은 무조건 단 하나의 대열에 '합류'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줄지어 이윽고 저 너머로 사라진다.(77쪽)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도 매우 공평하게 오늘 하루뿐이었다. 각자 놓인 공간만 달랐다. 하지만 공간이 다른 것은 별반 차이로 느껴지지 않았다.(83쪽)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나 관계를 붙들고 지내든 아니면 그것들을 벗어나 살든, 최종적으로 난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  그런 점에서 자기 밖의 일에만 몰입해온 인생은 다소 위험하다. 허탈함이 난데없이 끼어들어 그를 강하게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때 인간은 끝모르게 무기력해진다. 저 아래 허망함의 낭떠러지로 추락하기가 십상이다.
사실은 바깥일 하려고 태어난 인생은 없다. 거기는 인생길의 종점이 아니다. 당신과 내가 태어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인생 자체를 깨닫기 위해서다. 삶은 덧없다.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삶은 사실상 순간들의 집합체다. 지나간 일들이 훗날 산더미처럼 당신 앞을 가로막는 지경에 놓이게 하지 말라. 삶이 아주 소소하게 당신 앞에 있을 때 그 삶에 진지함 외에 다른 레시피를 가미해보라!
잘 살아가는 일은 당신의 예상보다 훨씬 단순하지만, 의외로 녹록지 않다. 길이 크게 빗나가게 하지 않으려면, 당신은 수시로 자기 삶의 모습을 '알아차려야' 한다.
삶은 매우 흥미로운 숨바꼭질이다.(99쪽)
 
올해 95세로 생을 마감한 한 노인은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학장까지 지냈던 분이었다.
어느 날 그의 아파트 앞을 지나던 이웃 주민들은 쓰레기장 앞에 멀쩡하고 값이 나갈 만한 고급 책장과 가구들이 한가득 쌓여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또 그림 가치가 있어보이는 서양화 액자들 그리고 그의 박사학위 사진과 가족사진도 버려져 있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혼자 지냈고, 가끔 들르던 사위는 그보다 앞서 세상을 떠났다. 그 바람에, 말년에 그나마 챙겨 줄 만한 주변 가족도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내막인지 태우거나 분쇄하지도 않는 사진들까지 버려져 있는 광경은 왠지 민망해보였다. 어쨌든 이 광경은 한 때는 단란했을 한 가족과 가정이 이런저런  사정을 겪으면서 끝내는 어쩔 수 없이 예전의 모습으로부터 해체되는 '결말'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157쪽)
 
인생길 끝자락의 모습은 둘 중 하나다. 시름시름 아프다가 떠나거나, 건강하게 꽤 길게 살더라도 어느 날 훌쩍 떠나거나.
태어날 때도 그랬듯이 마감하는 일도 우리가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났으니 사는 껏 살다가 하늘이 부르면 꼼짝없이 소천해야 한다.
이 점에 대해 당신과 나는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릴수록 사실 더 유익하다. 삶의 결말을 미리 잘 깨달아 사는 동안 허둥지둥하지 않도록 유념하게 될 것이기에 그렇다.(158쪽)
 
세상 어디에 가 보아도 사는 일은 '오늘 지금 여기'뿐이다. 당신과 나는 이것을 날마다 눈뜰 때마다 되새겨야 한다.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점은 많은 인생들이 아침에 눈뜨기 무섭게 바로 그 '언젠가'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159쪽)
 
어느 후배가 보낸 예쁜 그림이 그려진 카톡 옆서에 다름과 같은 짧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좋은 일, 좋은 사람, 좋은 삶을 만나려면 간단한 준비물이 있다. 좋은 나!"(168쪽)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았다면 코를 찌르는 매화 향기를 어찌 얻을 수 있으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오늘이다. 절정의 날은 오늘이다.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오늘이며, 바로 여기다.(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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