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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에서 발췌.
 
SK그룹의 고 최종현 회장이 예전에 "한국에서 재산이 50억 원 넘게 되면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해진다"라고 말했다는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영하여 지금 가치로 계산하면 100억 원 정도 될 것 같고, 내가 생각해보아도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미국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리처드 얀 교수는 "상품을 통해 더 많은 만족을 추구할수록 발견하는 것은 더 적어질 뿐"이며 "만족감은 반감기가 짧고 빠르게 사라진다"라고 하였다. 소유가 주는 만족감은 곧 사라지는 기쁨이라는 말이다. 더 이상 소유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 부자는 허탈해진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음악 감상을 좋아하기에 처음에는 오디오를 업그레이드시킬 때마다 행복해하였다. 그러다가 억대의 오디오로 바꾸었더니 얼마 안 가 기계 자체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30대에는 처음으로 벤츠도 샀다. 그 당시에는 수입 자동차 세금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었기에 상당한 돈이 소요되었다. 그런데 막상 그 차의 뒷좌석에 처음 않고 나서부터 몇 개월간 우울증에 시달렸다. 왜 내가 우울증에 걸렸을까? 더 이상 갖고 싶은 것이 없어졌던 것이다.
소유가 주는 만족감을 채울 만한 것이 더 이상 없게 되면 권력이나 명예에 집착하기도 하고 더 큰 자극과 괘락을 찾아 도박이나 마약의 유혹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세이노의 가르침 표지


 
중요한 것은 갖고 싶은 것이 없는 부자 수준이 되면 소유 자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초월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백화점에서 수천만 원씩 주고 밍크코트를 사거나 명품 쇼핑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쇼핑하는 데 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이 진짜 부자일 리가 없다. 공허감 때문에 쇼핑 중독에 걸리는 부자들도 분명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피땀 흘려 벌게 되면 자장면 한 그릇 하 먹는 것도 아까운 법이고 부자가 되려면 우선은 구두쇠 같은 소비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런 소비 생활이 부자가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낭비적으로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2세들과 졸부들이며 그들의 낭비벽을 비난하면 안 된다. 그들이 돈을 써야 돈이 돈다는 경제 원칙을 잊지 말아라.)
 
부자들 중에서 짧은 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단타 매매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분양권 전매로 단기간에 프리미엄을 얻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투자 대상을 고른 뒤 장기적으로 그저 묻어둔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들은 그래서 돈을 더 번다.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소유 자체에 대해 초월적인 투자 태도'를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소유 자체가 주는 만족감을 더 추구하고자 투자하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이미 소유한 사람들이니까 그런 초월적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천만에. 부자들이 부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사치를 즐기고 소비를 왕성하게 하였다는 말을 나는 듣지 못했다. 모두가 다 자기 수입 수준보다는 덜 쓰고 살아온 사람들이 부자들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학교를 중퇴하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들이 종종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그들이 이미 학교를 다닐 때부터 공부 대신 다른 쪽에 관심이 더 많았으며 특별한 쪽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태지가 성공한 것은 그가 음악 전 분야에 미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서태지가 성공한 이후 보여주는 단면들, 즉 그의 노래와 춤에만 관심을 갖고 그렇게 흉내를 내려고 한다.
공부를 많이 한 전문직업인들 중 많은 수가 부자가 못 되는 이유는 그들의 금융지수가 낮아서가 아니라 일하는 방법을 모르는 데다가 미래의 예상 수입을 근거로 한 소비 생활 수준이 언제나 앞서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부자들이 자녀들에게 돈에 관한 지식을 가르친다는 기요사키의 말은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부자들은 자녀에게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일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것을 금융지식이라는 말로 표현하면 곤란하다. 금융지식이 많은 투자상담가나 재테크 전문가가 부자인 경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사람이 생을 살아가는 형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부자로 사는 삶 만이 유일한 삶의 형태로 숭배되어서는 안 된다. 나처럼 부자로 살겠다고 작정을 하고 덤빈 삶도 인간의 삶이며, 반대로 가난하지만 자연 속에서 절약하며 삶을 관조하며 사는 삶도 인간의 삶이고, 평생을 남을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들의 삶도 인간의 삶이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평생 하지만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삶도 인간의 삶인 것이다. 즉 삶의 형태에 우열은 없으며 모든 것은 각자가 삶을 어떻게 바로보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주식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느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여유자금이란 무엇인가? 6개월 후 집을 옮길 자금 같은 것이 여유자금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여유자금에 대한 내 정의는 '미래의 어느 날이 와도 쓸모가 없는 자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미래의 어느 날이 오면 사용해야 할 용도가 있는 자금'을 갖고 투자를 한다. 즉 심리적으로 시간에 쫓긴다는 말이다. 이런 투자는 90%가 실패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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