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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30·40대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온 삶의 지침은 뭘까? 아마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너무 앞에 나서지 마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우리 어머니는 내가 군에 입대할 때 이런 말씀도 일러 주셨다. "군대에서 줄을 설 땐 무조건 사람이 많은 쪽에 서야 한다더라. 그리고 너무 앞에도 서지 말고, 뒤에도 서지 말고 항상 중간에 서야 한단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친구를 협박할 땐 이런 말을 썼다.
"이 자식 사상이 꼬롬하네? 너 그러다가 정말 '골'로 간다."
요즘도 기자들 사이에선 큰 기사를 낙종했을 때 "물먹었다"는 표현을 쓴다.
'골로간다'와 '물먹었다'
'골로 간다''물먹는다'는 표현이 살육의 현대사에서 비롯된 말임을 알게 된 것은 민간인학살사건을 취재하면서부터였다. 해방 이후 6·25를 전후로 하여 사상이 '꼬롬(?)'한 사람은 모두 골짜기로 끌려가 총살당하거나 바다에 수장된 데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만주군 장교 시절의 박정희.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빨갱이 나라가 된다카데?"
"그라모 큰일이네? 우린 이제 죽었다."
그 후 선거일까지 계속 악몽을 꾸었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어 괴뢰군을 이끌고 우리를 잡으러 온 것이다. 꿈속에서 나는 마루 밑에 기어 들어가 숨었다.
마침내 선거일이 됐다. 정말 불안했다. 투표를 하고 돌아오는 아버지를 붙들고 물었다.
"아부지. 김대중이가 대통령이 되면 우짭니까? 그 사람 공산당이라 카던데."
"걱정마라. 투표장에서 보니까 대중이 찍는 사람은 전부 찾아내서 다시 찍으라고 하더라. 그 사람은 안될끼다."
과연 그는 떨어졌다. 나는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 후 중학생일 때였던가? 겨울밤 가족끼리 안방에 모여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박정희에 대한 얘기였던 걸로 기억되는데,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다. 아마 그에 대한 나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그때 가족 중 누군가가 갑자기 음성을 낮추며 이렇게 말했다.
"쉿! 조용히 해. 누가 들을라." 그러자 옆에서 모시를 삼고 있던 어머니가 말했다.
"그래.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도 있지."
그때도 나는 더럭 겁이 났다. 벌써 누군가가 들은 것은 아니었을까? 또 악몽에 시달렸다. 경찰이 우릴 잡으러 오는 꿈이었고, 그때마다 마루 밑에 숨어 공포를 달랬다.
5.16쿠데타 거사를 치른 후 박종규(왼쪽), 차지철(오른쪽)과 함께 선 박정희.
초·중학생의 어린 마음에까지 공포를 심어주던 박정희도, '골로 간다''물먹는다'는 말을 만들어낸 이승만도 지금은 모두 저 세상 사람이 됐다. 그러나 그들의 계승자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우리의 의식을 조종하려 하고 있다.
우익은 없다, 기회주의자만 있을뿐!
광복 63년을 맞은 지금,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일제시대 친일 안한 사람이 어디 있나." "삶과 예술작품은 따로 평가해야지."
수십만명의 민간인을 재판도 없이 살육한 국가범죄에 대해서도 그들은 이렇게 강변한다.
"그때 그렇게라도 안 했다면 우리나라는 벌써 빨갱이 세상이 됐을 걸." "그러게 누가 앞에 나서래? 모난 돌이 정 맞은 거지 뭐."
아하! 우리 부모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씀하셨던 '모난 돌…'은 결국 그 말이었구나. 강자 앞에 대들다간 '골'로 가게 되니 대세에 순응하며 적당히 목숨을 부지하라는 말씀이었구나.
얼마나 공포의 세월을 살아오셨으면 자식에게 '기회주의자가 되라'고 가르치셨을까.
그렇다면 지금 이승만과 박정희의 계승자들은 과연 우익일까, 그냥 머리 좋은 기회주의자에 불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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