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발췌. SK그룹의 고 최종현 회장이 예전에 "한국에서 재산이 50억 원 넘게 되면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해진다"라고 말했다는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영하여 지금 가치로 계산하면 100억 원 정도 될 것 같고, 내가 생각해보아도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미국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리처드 얀 교수는 "상품을 통해 더 많은 만족을 추구할수록 발견하는 것은 더 적어질 뿐"이며 "만족감은 반감기가 짧고 빠르게 사라진다"라고 하였다. 소유가 주는 만족감은 곧 사라지는 기쁨이라는 말이다. 더 이상 소유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 부자는 허탈해진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음악 감상을 좋아하기에 처음에는 오디오를 업그레이드시킬 때마다 행복해하였다. 그러다가 억대의 오디오로 바꾸었더니 얼마 안 가 기계 ..
페이스북에서 박성제 전 MBC 사장의 글을 보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저자인 구영회는 박성제 사장의 MBC 선배다. 33년 직장생활에서 은퇴한 환갑 무렵 가족은 서울에 둔 채 고향인 지리산 자락으로 혼자 귀향해 살고 있다. 그동안 7권의 산문집을 냈는데, 이 책이 그의 최근작이다. https://www.facebook.com/psjmbc/posts/pfbid02iTfFDNq6WJ7JnzZeK9VuVUaYJ4uCeFi8xopTv9n4GAJG1qZBo4wM86MEpgvxNTkrl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먼저 내놓아야 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고 푸근하게 누그러뜨리는 행위는 오히려 나 자신을 넉넉하게 채우는 풍요로운 선물이 된다는 것을 나는 한참의 세월 끝에 알게 되었다. 옛 가르침은 항상 ..
찰스 다윈이 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끝까지 살아남는 종(種)은 강하거나 지능이 뛰어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한 가지 기술이나 전문성만 있어도 그걸로 평생을 먹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수명도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빨라서 한 가지만 갖고는 먹고 살 수 없다. 기존의 전문성에다 변화하는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기술을 접합하거나, 또다른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취재 방식과 글쓰기 능력에 덧붙여 뉴미디어 문법과 기술을 접목하지 못하는 기자는 살아남기 어렵다. 그런 기자는 직장에서 잘리지 않는 동안은 먹고 살겠지만, 퇴직 후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길어진 수명으로 퇴직 후에도 수십 년을 ..
김경신 후배가 시집을 냈다. 흔한 유명인의 추천사나 해설이 없다. 그저 시인의 소박한 시작노트를 말미에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시집을 냈으되 시인으로 폼을 잡거나 행세하겠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공부의 과정으로 시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시편마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 평온을 얻고자 하는 사유의 모습이 보인다. 공감하는 구절을 제법 얻었다. 필명으로 쓰는 '바하'는 바람처럼 자유롭고 하늘처럼 너그럽고 싶다는 소망에서 지었다고 한다. 그의 시처럼 나도 "오거들랑 무엇이든 그냥 다 받아들이고 살" 생각이다. 있는 그대로 사랑이 문제 아니로소이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문제 아니로소이다 내 눈에 흐르는 눈물은 정녕 사랑 때문이 아니올시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올시다
어쨌거나 살면서 좀 신기했던 건, 저렇게 성적으로 유혹하는 상대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을 때 화내는 남자가 엄청 많더라구요. 여자들도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 하면서 화내는 사람이 있겠지만, 여자는 살짝 꼬셔봤는데 저쪽에서 영 시들하면, 아뿔싸 내가 별로 매력이 없구나 저 사람에게....... 살을 뺄까? 내가 너무 못생겼나? 엄청나게 창피스러운 마음과 함께 뭐 생각이 이렇게 가거든요. 주로 자책, 자학, 자기반성으로. 그런데 남자들은 야, 같이 자자, 그랬는데 싫다고 하면 화를 내는 경우가 엄청 많아요. 아 나랑 자기 싫다고? 그럼 실례했어 미안, 하는 식으로 매끄럽게 물러나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끈질기게 하자고 설득하다가 그래도 안 한다고 하면 결국 화를 막 내요. 도대체 왜 화를 내는..
(리영희 선생이 백병원에 있을 때) 종종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변혁이 올 거다. 반드시 와. 지금 사회 돌아가는 꼴에 이토록 한탄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으니 꼭 올 거야. 그것이 역사의 변증법이라는 것이야. 이렇게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을 때 늘 역사적으로 혁명이 일어났지. 물론 몇몇은 파출소도 가고 감옥도 가야 하겠지만 말이야." 선생님을 전담해서 돌보던 30년 경력의 노련한 간병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회 권사님이었다. 어느 날 우리 셋이 하릴없이 앉아 있을 때 권사님이 말했다. "선생님은 아주 유명하시고 훌륭하신 교수님이라면서요. 선생님이 예수님을 믿으시고 병 고쳐달라고 기도하면 예수님께서 선생님을 고쳐주실 텐데요." 큰일 낫다 큰일 났다! 조마조마하면서도 나는 흥미진진, 그 장면을 지켜보..
많은 세일즈 전문가들은 좋은 성적의 비결을 '고객을 빚진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객에게 호의를 자꾸 베풀어, 고객이 자꾸만 받게 만들어서 세일즈맨에게 빚을 진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이란 존재는 받으면 어느 정도 돌려주어야 한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세일즈맨과 고객 사이의 거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연애에서는 '빚진 상태'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잘해주고 잘해주고 또 잘해줘봤자 상대는 우쭐해질 뿐이다. 세일즈맨에게 호의를 받은 고객은 저 사람 참 친절하네, 너무 잘해줘서 미안하다, 하고 생각하지만 끝도 없이 퍼주는 연인은 상대의 목에 깁스를 둘러주는 꼴이다. 저렇게 잘해주는 걸 보니 내가 진짜 좋은가 보다, 내가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아주 나한데 죽네, 죽어...
' 앞에서'라는 글. (친일문인에 대해) 그러나 어떤 사정으로도 진실을 덮어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문학이 인간 의식의 맨 밑바닥까지 진실을 추구하는 작업임을 염두에 둔다면, 진실 가리기는 문학을 욕되게 하는 일이 되고, 그 작가들을 영원히 허위 속에 가둬놓는 일이 된다. 어떤 비평가는 작가의 윤리와 작품의 윤리를 구별해야 한다면서,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는 윤리적으로 순결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가 훌륭한 작품을 썼기에 훌륭한 작가로 인정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 예는 적절치 않다. 발자크는 자기 안에서 들끓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자기 시대 비판의 창조적 열망으로 바꿀 수 있었기에 훌륭한 작가로 성장하였다. 반면에 친일 작가들은 그들이 애초에 지녔던 창조적 열망까지도 메마르게 만들었다. 우리가 미국을..
연대의식 연대의식은 기쁨이 아닌 고통에서 생긴다. 누구나 즐거운 일을 함께 한 사람보다 고통의 순간을 함께 나눈 사람에게 더 친근함을 느낀다.불행한 시기에 사람들은 연대의식을 느끼며 단결하지만, 행복한 시기엔 분열한다. 왜 그럴까? 힘을 합해 승리하는 순간, 각자 자기 공적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저마다 자기가 공동의 성공에 기여한 유일한 공로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서히 소외감에 빠진다.친한 사람들을 갈라 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공동의 성공을 안겨 주는 것이다....벗들과의 우정을 간직하려면, 자기들이 성공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자기들이 실망한 일, 실패한 일을 자꾸 들먹이는 편이 낫다....대부분의 종교에서 순교자들을 기리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도 그런 것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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